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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절해고도' |
[칼럼니스트 강미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첫 번째 길은 언젠가를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인생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절해고도’의 김미영 감독은 이 시를 떠올리며 각본을 썼다고 했다. 영화 제목 ‘절해고도(絕海孤島)’는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을 뜻한다.
영화 내용은 이러하다. 윤철(박종환)은 20대 때 청년조각가상을 받으며 촉망 받았지만 지금은 아내(박현숙)와 이혼 후 지방 소도시에서 무엇이든 납품하는 인테리어 업자로 살고 있다. 전처와 사이에 지나(이연)라는 딸이 있는데 미술에 재능이 있으며 전처와 살며 미대 입시를 준비 중이다.어느날 지나의 고등학교에서 윤철에게 호출이 오고 기괴하고 어두운 그림을 아무 데나 그리며 문제아로 낙인 찍힌 지나는 갑작스레 출가를 선언한다. 윤철은 대학강사인 영지를(강경헌) 만나 전 세계를 떠돌았다는 보헤미안 기질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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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절해고도' |
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버지 윤철은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미래를 딸 지나가 선택하고 실제로 살아가는 것을 본다. 지금 살고 있는 삶에는 다른 삶에 대한 열망이 함께한다. 두 가지 삶은 다른 길이지만 열망의 형태로 겹쳐져 있다.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관계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배워간다. 관계 안에서 또 다른 길들은 계속 펼쳐진다.
생의 길목에서 한 선택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 절망의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던 당신에게 도착한 마음의 필적 인생이라는 협곡, 나라는 절망, 다시 여기라는 절경 ‘절해고도’
그렇다. 영화에서 ‘절해고도’는 절벽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섬을 뜻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야. 막힌 길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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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절해고도' |
김미영 감독은 “한 사십 대 인물이 삶에서 만나는 고통과 실패, 원망, 좌절이 기쁨, 성공, 축복, 희망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윤철은 생이 그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서야 비로소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근본 조건을 다시 성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시대는 개인의 열망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서툴러서 인정욕구를 부추기고 과도한 성취를 강조한다”며 “작은 실패에도 우주가 무너지는 것같이 느껴지는 사람과 우리가 무엇을 좌절이라고 부르고 무엇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다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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