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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그런 사회주의 위선자들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말과 행동으로 크게 꾸짖었다. 17일 포럼 연설에서 그는 ‘급진 여성해방주의’와 ‘기후변화’ 등 사회주의 의제들을 거부했다. 사회주의가 많은 나라들을 가난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대신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라고 세계의 정치·경제 거물들에게 충고했다.
■여객기 대 자가용 제트기
한때 세계 최고 부자 나라의 하나로 꼽혔던 아르헨티나. 하지만 페론주의·사회주의 정권의 장기집권 후유증으로 이제는 극도의 경제위기에 빠졌다. 그런 나라를 구하겠다는 새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가 아닌 여객기를 타고 스위스 다보스로 갔다. 자리도 1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 한 나라의 대통령이 첫 공식 해외방문을 하면서 여객기에,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앉아 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뿐이 아니다.
비행 도중 그는 3등석 칸으로 가 일반 여행객들과 어울렸다. 착륙 준비를 하니 자리로 돌아가라는 요청을 받기까지 30여 분 동안 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민항기는 직항도 아니었다. 독일 프랑크푸프트에서 다시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그리곤 차로 다보스로 갔다. 웬만한 사람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여정이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 내로라하는 정치인들과 억만장자 기업인들 2,500명 이상이 모였다. 1인 당 참가비만 4만 달러. 호텔비 등 수십만 달러가 든다. 참석 기업들은 수백만 달러를 들인다. 그들이 타고 온 자가용 비행기는 무려 1,000여대. 엄청난 기름을 써가며 몇 사람만이 타는 호화 자가용 제트기로 바로 날라 왔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기후변화 주창자들. 위선도 그런 위선이 없다. 여객기 두 번에 차량까지 탄 밀레이 대통령의 행동은 좌파들의 위선을 여지없이 깨부수었다.
공식 수행원도 외무장관과 경제장관 등 4명뿐인 검소한 출장. 민항기를 타면서 국민세금 32만 달러(4억2천여만 원)를 아꼈다는 것이 대통령 측의 설명이었다.
밀레이는 불법이민 수용 등을 반대하기 때문에 포퓰리스트라 불린다. 포퓰리즘을 대중인기영합주의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밀레이의 행동을 “인기를 노린 정치 쇼”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큰 잘못이다.
■“사회주의와 싸우기 위해 다보스로 간다”
밀레이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다보스에 가는 것은 사회주의 이념과 싸우기 위해서라고 공언했다. 그는 “오로지 세계에 비참한 상황만 가져다 줄 사회주의 ‘의제 2030’에 오염된 다보스 포럼에 자유의 이념을 심기 위해서 간다”고 말했다. ‘의제 2030’은 기후변화와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UN의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
밀레이는 이념 투쟁에 나서면서 세계 정치·경제에 막강한 힘을 가진 좌파 정치인·기업인들의 반격과 보복을 예상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단.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다보스의 본질과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는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좌파들을 좌파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유약한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르다.
밀레이는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다. 자유지상주의는 완전한 시장경제를 위해 아주 작은 정부를 주장한다. 그 때문에 그는 ‘극우보수주의자’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좌파들이 보수우파에 대한 혐오감·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 악용하는 ‘극우보수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밀레이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 생활을 감시하는 좌파들의 ‘큰 정부 정치’를 혐오할 뿐이다. 그는 “악마는 정부를 만들었으나 신은 자유시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보스 연설에서 밀레이는 “서구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왔다. 서구의 가치를 유지해야 할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빠져 나라를 가난으로 이끌고 말았다”고 사회주의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개인의 권리·자유보다는 전체의 복지가 더 중요하다는 집단주의와 같은 좌파이념들을 수용하면서 자유의 이념을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집단주의자들의 실험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그런 문제들을 목격하는 데는 아르헨티나보다 더 적절한 곳이 없다. 1860년대 세계 최강국대국 가운데 하나였던 아르헨티나가 좌파이념인 집단주의를 수용하면서 100년 이상 가난에 시달려 왔다.”
밀레이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그것이 시도된 모든 나라에서 실패했다. 경제실패, 사회실패, 문화실패로 세계 1억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회주의는 여성해방운동을 통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우스꽝스런 싸움을 부추긴다. 기후변화 주장을 통해 자연에 대항하는 인간 사이의 싸움을 불러일으킨다. 좌파들은 언론과 문화, 대학, 각종 국제단체들을 장악함으로서 그런 목적들을 이룰 수가 있었다.
밀레이는 다보스에 모인 사회주의자들에게 “인류사에서 오늘날이 어떤 때보다 더 자유롭고, 더 부유하고, 더 평화롭고, 더 발전한 것은 자본주의 덕분”이라며 자본주의를 수용하라고 강조했다.
밀레이의 연설은 다보스 포럼이 그저 경제 토론과 교류나 하는 곳으로 아는 한국인들에게는 충격일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자 클라우제 슈바프가 1992년 만든 세계경제포럼은 좌파 글로벌주의 이론의 본산이며, 그 확산의 실행조직이다. 그것이 해마다 여는 다보스 포럼은 세계 지배를 위한 “침묵의 글로벌 쿠테타”로 불린다.
밀레이는 다보스 포럼의 본질과 정체 그 의도와 목적을 꿰뚫고 있다. 세계의 실력자들에게 인사나 하러 그곳에 간 것이 아니었다. 사회주의를 부수기 위해 사회주의 소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제대로 알고 다보스에 갔는지 궁금하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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