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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키쿠와 세계' |
[칼럼니스트 강미유] 일본 시대극 하면 흔히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와 <바람의 검심>이 익숙하다. 반면에 그 시절을 살았던 하층민의 삶을 영화나 만화에서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는 21일에 개봉하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오키쿠와 세계>는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 공동주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세기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쿠로키 하루)와 분뇨업자 야스케(이케마츠 소스케), 츄지(칸 이치로) 세 청춘이 주인공이다. 오키쿠는 어느 날 아버지를 결투로 잃고 간신히 목숨은 건지지만 목소리를 잃는다. 야스케와 츄지는 에도(도쿄)의 공동주택을 돌며 세입자들의 인분을 사고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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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키쿠와 세계' |
당시 대부분 서민은 공동주택에 살았고, 세입자들은 외부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을 이용했다. 백만 명이 넘게 살았던 대도시 에도에서 공동주택 공용화장실에 쌓인 똥은 분뇨업자에게 팔렸다. 그들은 공동주택을 순회하며 똥지게에 담아 변두리 시골 마을로 운반하곤 했다. 똥은 질소와 인이 풍부해 에도시대 농업의 필수적인 유기 비료였기 때문이다.
에도시대는 또한 극도로 낮은 저성장 시대였기에 자원이 귀했다. 사람들은 물건을 버리는 대신 가치 있게 사용하고자 했다. 그래서 ‘쓰레기’라는 단어 자체가 당시에는 없었다. 모두가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영화 속 테라코야(사원학교)의 교과서는 수 세대에 걸쳐 학생들이 대물림하며 사용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프로듀서를 맡은 하라다 미츠오 감독이 세계의 지속 가능성, ‘좋은 날 ’들을 영화로 남기는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다”며 “순환경제가 주제였는데 사람들을 계몽시키는 작품은 내가 만들 수 없겠더라. 이런 고민의 찰나에 에도 시대, 분뇨를 밭에 뿌리고 작물을 키우고, 자라나면 음식이 되어 사람의 입에 들어가고, 다시 분뇨가 되는 순환형 사회를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에도를 무대로 청년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려보았다. 비록 사무라이 가문은 몰락했지만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사회에 계속해서 싸움을 걸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각자의 미래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다. 이 세 청춘의 이야기가 단지 에도 시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맞닿아 있음이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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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키쿠와 세계'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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