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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그러나 미국 의료계에서는 당연한 논리가 된다. “미국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힘 때문이다. 1876년 미국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이 태어난 지 150여 년. 이제 마르크스주의가 미국을 사실상 지배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정치뿐 아니다. 정부·군대·학교· 기업·연예 등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의료는 이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과학이기 때문. 하지만 의료에도 마르크스주의 침투는 심각하다. 소외 소수자들을 위한다는 ‘다양성(Diversity)·형평(Equity)·포용(Inclusion),’ 즉 ‘DEI’가 의학교육 등 의료를 지배하고 있다. DEI는 인종, 성별, 성 정체성을 무시하고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 자원과 지위, 부의 ‘형평’한 재분배를 이루겠다는 이념. 능력·실력에 관계없이 결과를 똑 같이 나눠 갖겠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 논리다. 독일 공산당과 연계된 학자들이 1930년 대 이후 미국으로 와 만든 ‘문화 마르크스주의’가 원조다.
■“흑인 의사는 기적의 약”…좌파 연방대법관의 판결문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는 흑인 신생아에게 흑인 의사는 기적의 약에 버금간다. 그 아이가 살아날 확률은 2배 이상 높아질 것이다.” 언뜻 듣기에도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그러나 저잣거리헛소리가 아니다. 미국의 도덕·가치에 대한 최고·최후의 심판자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담긴 내용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여성 연방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은 2023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위헌 여부를 다룬 판결에 위 주장을 인용했다. 미국의대협회 의사들의 법정 의견서에서 따온 것. ‘어퍼머티브 액션’은 인종·성별 등의 이유로 차별·불이익을 받는다는 소수자 우대 정책. 문화 마르크스주의에서 태어났다.
잭슨의 판결이 공개되자 큰 논란이 일었다. “터무니없다.” “과학 근거가 있는가?” 공개 9일 만에 의견 제출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했다. 그런 주장을 법정에 들이민 의사들도 문제지만 검증 없이 인용한 잭슨도 망신살이 뻗친 중대 잘못을 했다. 상식·과학을 무시한 채 마르크스주의 인종편견 논리에 집착한 결과였다. 23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잭슨은 인사청문회에서 “여성은 누구인가?”라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끝내 대답 하지 않았다. 남녀 구분도 무시하는 철저한 좌파다. 바이든 지명 판사들은 거의 다 그렇다.
이 소동은 마르크스주의 전문가들의 주장이 검증 없이 미국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의사들이 필요하다. 만약 의사가 자신들과 비슷하면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경험한다.” “흑인 환자들은 흑인 의사의 조언을 더 잘 받아들인다.” 이런 ‘인종 일치’ 주장은 남녀, 정치이념 등 모든 종류의 ‘정체성 일치’로까지 확대되었다. “동성애 환자는 동성애 의사가 진료해야 한다.” 이런 DEI 이념은 의대교육·의료정책 변화를 정당화하는데 별 비판 없이 활용된다.
미국은 의료교육에서 수월성과 과학적 엄격함의 보루라는 명성을 가진 나라.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늘날 미국 의학교육의 좌우명은 과학이 아니다. 마르크스 이념에 바탕을 둔 ‘반 인종차별주의’와 ‘성별·인종 등에 따른 정체성 정치’다.
2021년 미국의대협회는 모든 의료임상에 ‘인종 정의’를 심는 방안을 발표했다. DEI 이념 실천이다. 수십 개 대학이 의대입학시험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꿨다. 점수보다 지원자의 ”태도·가치·경험“을 중시한다. 의사면허 시험도 일부 바꾸었다. 낮은 점수를 얻은 흑인·히스패닉들을 위해 점수 대신 통과/실패로만 판단한다. 누가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형평성으로 소수자들을 더 많이 포용해 의사를 다양성 넘치는 집단으로 만든다는 의도. 마르크스주의는 성적·실력에 눈 감는다.
“DEI를 옹호하는 것이 기본 임무”라는 UCLA 의대에는 ‘구조적 인종 차별’이 필수과목. 최근 초청 강사는 “현대 의학이 백인 과학”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지지자로 팔레스타인 목도리를 두른 그녀는 의대생들에게 “팔레스타인에 자유”란 구호를 외치게 했다.
하버드 의대와 콜롬비아 의대 등은 인종차별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수업 개발과 학생·교수들에 대한 반 인종차별주의 교육을 강조한다. 예비 전공의들은 백인우월주의, 성차별주의, 이성애주의, 식민지주의 등도 배워야 한다. 공산주의 국가의 정치대학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의대들은 학생들을 마르크스주의 사회정의를 위한 이념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보다 사회정의 역량을 더 갖추게 된다면? 중증 환자가 자격시험에서 성적이 낮고 선택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경우 어떻게 될까? DEI가 실력·능력을 이길 때 의료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는 치명타다.
■레이건이 경고한 정부의 의사통제…윤 대통령의 문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50~60년대 미국의학협회와 함께 ‘의료 사회주의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 “(좌파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통제주의나 사회주의를 불어넣는 가장 전통 방법이 의료 활용이다. 사회주의 의료정책을 인도주의 계획으로 위장하는 것이 매우 쉽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감정을 자극하기 좋은 방법이 의료정책이라는 것.
특히 레이건은 “정부의 의료 통제는 바로 국민 통제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환자를 분배하고 의사들을 지역에 따라 배정하는 것은 사회주의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정부의 의사 장악을 강력히 경고했다. 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료는 마르크스주의에 짙게 물들어 있다.
오늘날 한국정부 의료정책에서도 레이건의 우려는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대나 지역의사 모두 정부의 의료통제다. 뿌리는 마르크스주의 DEI. 좌파정부는 차치하고 윤석열 정부는 왜 의료통제에 그렇게 집착하는가? 의사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돌려 국민의 적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전통 수법. 중국의 모택동이 문화대혁명 때 그랬다. 의사 수를 터무니없이 늘리겠다는 것은 레이건이 경고한, 사회주의 독재나 다름없다. 한국 의료계에도 마르크스주의가 넓고 깊게 자리 잡고 있지 않으면 두 정부가 잇달아 의료장악에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보수우파들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당장 마르크스주의 의료 통제를 그만두어야 한다. 좌파가 아니라면.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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