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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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박단비 |
[북에디터 박단비]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도 직장도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고, 결혼하고서도 내내 서울에서 살았다. 부모님 역시 서울에서 나고 자라셨고, 우리에게는 시골에 살며 자주 왕래하는 친척도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서울 토박이 그 자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지방 소멸, 지역 불균형 같은 문제는 내게 텍스트로만 존재했다. 지방 일자리 부족, 인프라 부재 등으로 계속 사라지는 지방의 젊은 층은 분명 우리 삶과 연관된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하루빨리 해결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겪은 적 없고, 자세히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스스로 알아보려는 노력도 특별히 하지 않았다. 나처럼 서울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서울러는 다 비슷할 거다.
다행히 나는 <어디에서 살까>라는 책을 만나고 나서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지방 문제에 대해 이해도가 낮았나?’ ‘나는 왜 이렇게 서울 입장에서만 생각했을까?’
지방 소멸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심지어 점점 빠르고, 심각한 방향으로.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어 그냥 눈 감고 지나칠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는 아주 진-하게 매일매일 느끼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되물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의 ‘건강할 권리’가 수도권에서만 통하는 현실이 옳은 건가요?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시골에 살기 때문에 생명을 잃는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도서 본문 중)
위 본문은 2021년 7월 함양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함양에 생겼으면 하는 시설’에 대해 함양 군수에게 편지를 보냈던 내용에 이어지는 부분이다. 아이들 편지에는 함양에 큰 병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시설이 놀이터도 아니고, 영화관도 아니고, 놀이공원도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고작 4학년 아이들이 큰 병원을 원하다니.
‘건강할 권리’에 다른 것을 넣어도 말이 된다. ‘배울 권리’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등. 지방에서는 이런 권리가 쉽게 무시되고는 한다. 살고 있는 사람 수가 적기 때문이다. 사람 수가 적어 이런 권리가 무시되면 인프라 설치가 더디어지거나 진행되지 않고, 사람이 살기 불편한 환경이 된다. 그러면서 기존에 살던 사람들조차 떠나가거나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이 오지 않고, 사람 수는 더 줄어든다. 이런 권리는 더 무시된다. 무한한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정말 이 악순환을 끊으려 노력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에는 언젠가부터 ‘서울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생겼다. 다양한 색,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넓은 땅들을 버려두고 우리는 서울(또는 그 근처)에서만 살아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은 점점 비좁아진다. 대부분이 서울에 살기에 인프라는 서울로 쏠린다. 사람은 더 많아진다. 그만큼 문제와 불만도 커져만 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 더 넓은 땅을 내버려 두고 바보같이.
도대체 언제부터 사람들이 서울살이를 꿈꿨는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지, 지방은 메가시티를 왜 만들고자 하는지, 자신이 지방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이 잃어버린 지역인지 감수성을 되찾아 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청소년 도서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도서와 성인 도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적인 주제,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힌 어려운 주제를 손쉽게 이해하고 싶을 때 활용하는 편이다. 청소년 도서만큼 쉽고 객관적으로 풀어내는 책이 또 없으니까. 그러니 괜히 청소년 도서라고 집었다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 일단 한번 읽어보라. 당신이 가진 청소년 도서에 대한 편견, 지방 문제에 대한 무지에 대해 화들짝 놀랄 준비부터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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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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