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단 한 대의 피아노 이야기

북에디터 유소영 / 기사승인 : 2024-01-03 1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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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저자: 제임스 배런 |번역: 이석호 |프란츠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유소영]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공연 영상을 보다 보면 까만 피아노에 새겨진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STEINWAY & SONS'.

 

피아니스트들의 이 스타인웨이 사랑은 엄청나다. 피아니스트의 97%가 연주회에서 스타인웨이를 사용한다.

 

유명 피아니스트의 찬사도 무수히 받았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는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노"라고 말했고,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스타인웨이는 스타인웨이 그 자체이며, 이 세상 어느 악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분해해서 비행기에 싣고 가 다시 재조립해서 연주할 정도였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연주했던 피아노도 스타인웨이였고,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연주했던 피아노도 스타인웨이였다.

 

‘스타인웨이에 가서 피아노 한 대가 제작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책이 바로 <스타인웨이 만들기>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제임스 배런이 500년 수령 나무가 약 11개월에 걸쳐 K0862라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본다.

 

저자는 먼저 림 제작팀으로 시선을 돌린다. 림은 피아노 케이스를 말한다. 림은 피아노의 구조적 뼈대이지만 그렇다고 미세한 오차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기술자는 말한다. 스타인웨이의 림은 15매에서 18매의 떡갈나무 판재를 나뭇결이 수평이 되도록 오랫동안 접합시켜 성형한다. 열이나 중기를 이용하지 않고 구부려 림을 만드는 것이다.

 

림에 들어가는 합판은 '바위처럼 단단한 단풍나무'여야 한다. 목재를 매입해 올 때 상품(上品)을 매입해 오긴 하지만 톱질과 대패질을 해보면 기준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반 정도는 폐기한다.

 

스타인웨이는 일부 부품의 경우 오차범위를 플러스마이너스 0.07밀리미터까지 잡을 정도로 까다롭게 만들어진다.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동일 작업자가, 동일 재료를 가지고,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한다. 그럼에도 모든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인웨이 본사와 지사에서 만들어지는 피아노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피아노로 대우받는다는 점이다.

 

스타인웨이앤선은 본래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하인리히 스타인벡이 뉴욕에 설립한 회사다.이후 함부르크에 해외지사를 설립했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산 뉴욕 스타인웨이와 독일산 함부르크 스타인웨이를 거의 다른 피아노로 생각한다고 한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인스타그램에는 이런 글도 있다. 뉴욕필의 자랑 중 하나는 뉴욕 스타인웨이와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모두를 보유하고 있어 피아니스트가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하는 일이 연주할 피아노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유명한 일화로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결선을 하루 앞둔 전날 독일산 스타인웨이 대신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바꾸기로 긴급 결정했다. 연주할 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어딘지 불편하게 들렸다고 한다.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지만, 결선 지휘를 맡은 마린 앨솝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격려했고, 임윤찬은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우승했다.

 

저자가 지켜본 피아노는 완성된 뒤 어떻게 되었을까? K0862는 No.565700이라는 여섯 자리 일련번호를 획득한다.콘서트 그랜드 번호라는 것을 받는데, 이 콘서트 대여용 피아노는 5~6년 정도 일선에서 복무한 뒤 은퇴한다고 한다. 그때 콘서트 그랜드 번호를 떼어버리고 다시 여섯 자리 일련번호로 불리게 된다.

 

이 책에서 제임스 배런은 CD-60이라는 번호를 받은 피아노가 어떻게 데뷔하고 어떤 평을 받았으며 어떻게 연주자들 손에 길이 드는지까지를 취재했다.

 

 

|북에디터 유소영. 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느라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슬픈 출판 기획편집자. 요즘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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