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주중 일본대사와 주한 중국대사의 수준 차이

편집국 / 기사승인 : 2023-12-29 11: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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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아니오’라 말할 수 있는 대사!” “무법자에 대해서는 그런 태도로 대해야 한다.” “이렇게 강한 인물이 아니면 중국이 심지어 상대방으로도 삼아주지 않는다.“


3년을 베이징에서 보낸 뒤 12월 돌아온 다루미 히데오 주중 대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극찬이다. 대사가 외교 성과로 그런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늘 상대국을 의식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도 중국은 외교 관례나 상식을 벗어나기 일쑤인 오만방자한 나라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히데오 대사는 중국에 꿇리지 않고 할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터무니없는 말로 중국을 비난하거나 주제넘지 않았다. 허세 부리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그런 히데오 대사의 당당함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통쾌해했던 것이다.

■중국이 경계하는 대사

일본에서는 부임하기 전부터 히데오 대사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거대 중국이 경계하는 인물”로 꼽혔다.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중국을 잘 알고 현장 경험도 많지만 친 중국이 아니기 때문. 베이징 대사관의 정무공사 시절 중국의 철저한 감시를 피해 일시 귀국한 적도 있었다. 대만과 가까운 외교관이란 점도 거부 핑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걱정대로였다. 그는 “할 말을 하는 대사”였다.

그럼에도 그는 3년을 주재했다. 중국은 히데오 대사의 불편한 발언에 대응하면서 특유의 생떼를 부리지 않았다. 평소 외교 행태로 미루어 드문 일. 일본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함부로 굴지 않도록 치밀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중국인들과 넓고 깊은 인맥을 쌓았다. 국가 외교에서 나라의 힘도 중요하지만 외교관의 개인 능력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부임 직후인 2020년 12월, 히데오 대사는 “주장해야 할 부분은 단호하게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센카쿠 열도 영해 침범에 대해 “국제법상, 역사상 일본의 주권이므로 중국에 국제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눈치를 보지 않았다.

21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만 상대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 사태’는 ‘일미 동맹의 사태’”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극히 잘못된 발언”이라며 밤에 히데오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그는 1) 정부를 떠난 사람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설명할 책임이 없다 2) 일본 내에 이러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해야 한다 3) 중국의 일방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교한 논리였다.

23년 5월, 쑨웨이동 외무차관이 히데오 대사를 불러 선진 7개국 히로시마 정상회의가 중국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일본은 G7 의장국으로서 관련 국가들과 공모하여 중국을 중상, 공격하고 내정에 무례하게 간섭했다”고 비난했다. 히데오는 “중국이 행동을 개선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G7이 공통 우려 사항에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험한 말에 밀리지 않았다.

거칠고 무례한 중국을 향한 소신 발언은 더 많다. 중국이 대사 소환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할 정도. 정치인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인기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외교관. 아무리 자국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한다 하더라도 중국이 상대라면 그렇게 당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너무 다른 두 대사

히데오 대사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싱 대사는 한국 네 번, 평양에 두 번 근무했다. 히데오 대사도 베이징 네 번, 대만에 두 번 주재했다.

그러나 외교관으로서 두 사람의 발언과 행태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싱 대사는 20년 5월 신문 회견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홍콩 국가보안법을 공식 지지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편을 들라는 압력이다.

23년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남에서 그는 ‘한·미 동맹’ ‘한·미 군사훈련’ 등에 대해 비난했다. 내정 간섭이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다. 협박이다.

싱 대사는 여러 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오히려 중국 외교부는 "싱 대사는 직무 범위 내 활동을 했다"며 두둔했다. 같은 수준이다.

히데오 대사는 중국을 훈계, 간섭하는 주제넘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무리한 주장에 논리 정연한 반박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중국이 공개 경고를 하는 등의 대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싱 대사는 먼저 나서 한국을 훈계하고, 간섭을 넘어 협박까지 했다. 제대로 된 논리도 없었다. 그러니 한국의 경고를 받았다. 두 나라가 심각한 갈등을 빚도록 만들었다.

싱 대사는 구한말 온갖 위세를 떨친 청나라의 위안스카이 행태와 닮았다고 한다. 우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일개 대사에게 몰려드는 수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문제. 그러나 그는 그들과의 만남을 자랑거리로 삼는 듯이 보였다. 허세다. 무분별한 대외 활동은 접대 의혹까지 받았다.

히데오 대사는 매우 조용하게 중국 중심부를 파고들며 인맥을 쌓았다. 인간 교류를 철저히 실천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싱 대사처럼 온 세상이 알도록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민주 활동가나 공산당 반대자까지 넓게 접촉했다. 수차례 협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심오한 나라다. 경계하는 사람의 의견도 들으려 한다. 대만을 담당한 사람은 중국이 싫어한다. 그러나 대만을 잘 아는 일본인이라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중국 요인도 있었다. 중국인에게도 듣는 귀는 있는 법이다.“

히데오 대사가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노력한 갖가지 일화는 일본 외무성의 전설이다. “다시는 이런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히데오 대사는 “중국이 이상하다는 것은 모두가 느낀다. 그것을 어떻게 중국에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인맥을 쌓아 제대로 전해주면 좋다. 서로 국익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타협 여지가 있는지 협력 공간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외교”라고 말했다. 싱 대사가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한국 외교관들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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