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자기 삶과 잇는 '다리'가 필요해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1 11:34:53
  • -
  • +
  • 인쇄
스텔라 |121분 |감독: 킬리안 리드호프 |배급: 뮤제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텔라'
[칼럼니스트 강미유]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일본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1절 연휴에는 일본여행을 떠나는 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최동훈 감독 영화 <암살>에서는 본래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이었던 염석진(이정재)의 배신이 독립운동가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힌다. 마지막 장면 (임옥윤)”왜동지를 팔았나?” (염석진)”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 알면 그랬겠나?”에 이르러, 관객은 저마다 가치 판단의 기로에 선다.

 

22일 개봉하는 <스텔라>는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슐락을 영화화했다. 1922년 독일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골드슐락은 재즈 가수의 꿈을 키워갔지만 곧 나치의 광기에 휘말린다. 금발과 파란 눈의 아리아인 같은 외모 덕분에 처음엔 화를 면했지만 결국 지인의 밀고로 게슈타포에 붙잡힌다. 극심한 고문 끝에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나치와 손을 잡은 스텔라는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동포를 고발한다. 적게는 600명, 많게는 3000명의 유대인이 그의 목소리에 홀려 수용소로 사라졌다. 또한 스텔라 부모 역시 아우슈비츠로 보내져 사망했다. 그는 종전 후 1945년 체포돼 10년간 복역하기도 했지만, 이후 고통의 삶을 살다가 1994년 72세의 나이로 자살한다.

 

  영화 '스텔라'

이 영화를 연출한 킬리안 리드호프 감독은 20년 전 한 신문에서 ‘금발의 유령’이란 강렬한 제목의 기사를 읽고 골드슐락을 알게 됐다. 쉴 새 없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이 질문이 현대의 관객에게도 유효하다 느꼈다.

 

킬리안 리드호프 감독은 “이 이야기는 허구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으며 캐릭터의 양면성을 정의하기 위해선 진실에 매우 가까이 있어야 했다”며 “베를린 주립 기록 보관소에 가서 스텔라와 관련된 모든 재판 파일과 심문 프로토콜을 면밀히 검토해 대본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우리에 관한 영화이다. 만약 당신이 독재 국가에 살고 있는 젊은이라면 어떻겠는가”라며 “독재는 이제 훨씬 더 가까이 있기에 윤리적 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 조만간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해야 할지도 모르니까”라고 말했다.

 

  영화 '스텔라'

골드슐락 역을 연기한 폴라 비어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학교에서 나치즘과 반유대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 삶과 연결 짓지는 않죠. 저는 이 다리를 놓는 것, 그런 우익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일깨우는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자주 ‘이건 나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때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었잖아. 내가 이걸로 뭘 하지?’라고 말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아직도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려워요. 애초에 무엇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거죠.”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