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전 2~3년 동안 시신 집안에 안치…음식, 물, 의복, 담배 등 ‘산 자’처럼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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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토라자족’이 무덤에서 발굴한 조상의 유해를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
영국 매체 ‘더선’은 10일(현지시간) ‘시체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 슬라웨시 섬 판갈라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토라자족의 기괴한 장례 의식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토라자족은 매년 8월 말 오래전에 죽은 사랑하는 사람의 유해를 3년마다 무덤에서 꺼내 깨끗이 단장한 뒤 함께 지내다 다시 매장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 이른바 ‘시체 청소 의식’으로 알려진 ‘마네네(Ma nene)’ 의식이다.
토라자족은 먼저 절벽 측면에 파놓은 동굴에서 죽은 조상의 유해를 꺼낸다. 시체가 마을로 들어오면 가족들이 모여 미라가 된 시신을 확인한다. 가족들은 시신을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세척하여 다음 의식 때까지 부패하지 않도록 하고, 시신이 빠르게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을 수리하거나 교체한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담배를 입에 물려 불을 붙여주기도 한다.
이들은 마네네를 통해 시신을 잘 보존하고 고인에 대한 추모를 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상의 유해를 꺼내 깨끗이 씻기고 새 옷을 입혀 마을 주변을 행진한다. 이때 관광객들은 ‘죽은 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의식이 끝나면 시신은 반환되고 무덤은 다시 봉인된다.
현지인인 사무엘 마타삭은 “토라자 사람들은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조상들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율리아니 팔리노는 “시신을 청소하고 옷을 교체하고, 관이 손상됐으면 교체할 수 있다”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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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소수민족 ‘토라자족’이 절벽 측면에 파놓은 동굴에 안치한 죽은 조상의 유해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
매체에 따르면 옛날에 퐁 루마섹이라는 사냥꾼이 토라자의 언덕을 배회했다. 그는 나무 아래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만났다. 그는 뼈를 부드럽게 옷으로 싸서 묻었다. 이후 그는 행운과 부를 얻게 됐다고 한다.
행운의 사냥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토라자족은 조상을 잘 돌볼 경우 정령들이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믿게 됐다. 토라자족 사회에서 죽음은 갑작스러운 끝이 아니라 신중한 준비와 공동체적 참여가 필요한 점진적인 변화로 여겨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토라자족은 현재까지도 몸을 잘 보존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기 때문에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게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라자족에게 죽은 사람은 가족이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때까지 그저 “병들었다”거나 “잠들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데, 때로는 장례식을 준비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리고 수천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토라자족은 사람이 죽으면 2~3년 동안은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집안에 안치하게 되는데 점차 시신은 미라로 변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고인은 가족의 집에 머물며 음식, 물, 의복, 담배 등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데, 이는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사람 곁에 남아 있다는 토라자 신앙을 반영한다.
시신을 묻지 않는 것은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전통 때문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한 고인이 좀 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때가 되면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지는데 종종 며칠 동안 계속되고 수백~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다. 토라자족에게 장례 의식은 축제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고인의 가족들은 화려하게 치장한 뒤 문상객들을 맞는다.
토라자족의 장례 의식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물은 물소. 물소의 영혼은 죽은 자를 사후 세계로 데려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 이들은 제물로 바쳐진 물소가 많을수록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의 지위가 높아진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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