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낭만이 세상을 구원한다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9 14: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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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낙엽을 타고 |80분 |감독각본: 아키 카우리스마키 |수입배급: 찬란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칼럼니스트 강미유] “내 신발 좀 봐요. 당신 찾느라 닳았어요.”

 

대사만 보면 오그락거리지만 오는 20일 개봉하는 이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카메라 움직임이 많지 않고, 사건은 평범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렇지만 여느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영화와 이번엔 좀 다르다. 등장인물은 홀로 남겨지지 않는다. 비극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사랑을 이루기 때문이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지난 2017년 <희망의 건너편>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프롤레타리아 3부작 <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 <성냥공장 소녀>(1990)를 잇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로 6년 만에 돌아왔다.

 

로맨스 여주인공 ‘안사’가 집에 돌아와 라디오를 켜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이야기가 보도된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전쟁을 기억하길 바랐다는 감독은 로맨스 장르인 것이 무색하게 이웃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상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가 돌아온 이유겠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두 주인공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 안사(알마 포이스티)와 우울해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서 우울한, 술만이 유일한 낙이었던 공장 노동자 홀라파(주시 바타넨)다. 첫 번째 데이트에서 안사에게 키스를 받고 결혼까지 상상한 훌라파는 연락처를 잃어버려 고비를 맞이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안사의 집에 초대받는다. 한 번의 끼니도 제대로 차려 먹지 않았던 안사는 홀라파와 저녁 식사를 위해 그릇을 사고, 정성스러운 요리를 준비하며 여느 평범한 여인처럼 데이트를 준비한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서로를 찾고야 마는 두 연인의 현실적이고도 동화 같은 이야기는 카메라 너머 인물에게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그동안 주로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과분한 평판을 얻었지만, 인류를 파괴하는 전쟁에 시달리자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주제에 관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대, 희망, 타인에 대한 존중, 자연, 삶과 죽음이 바로 그것이죠. 그 주제들이야말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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