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쟁’, 좌우 대결이다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3-28 15: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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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 중이다. 동시에 미국과도 싸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권을 무너트리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 세력들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민주당 상원 대표인 척 슈머는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곧 세계에서 버림받은 나라가 된다. 미국 도움이 없으면 이스라엘은 끝장난다. 새 선거를 치러 총리를 바꾸라”고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공개 요구했다. 도를 넘은 내정간섭. 원조를 무기로 정권교체를 말하는 것은 미국이 독재국가를 위협하던 수단이다.

이스라엘 여당인 리쿠드 당은 “이스라엘은 네타냐후를 선거로 총리에 뽑은 자랑스러운 독립국가며 민주주의 국가다. 해외원조로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인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맹방처럼 보이는 두 나라가 왜 그런가?

■바이든의 책상 내려치기

전쟁의 본질은 이스라엘의 보수우파와 미국 좌파의 싸움이다. 그 뿌리는 깊다. 역사는 길다. 미국의 동맹국인 대한민국은 이스라엘이 동맹국가나 다름없는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원인과 이유를 잘 봐야 한다. 한미동맹을 보는 관점에 중요한 시사점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도 고정불변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어떤 이념을 가졌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의 방향·내용이 달라진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갈등이 생생하게 그것을 보여준다.

1982년 6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40세 야당 상원의원인 바이든은 자신 앞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70세인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에게 경고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은 당장 원조를 끊겠다.” 건국 이후 이스라엘 좌파들이 추구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체제를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베긴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 책상은 글쓰기 용도로 만들어졌다. 주먹으로 내려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조 줄인다고 협박하지 마라. 소용없다. 미국이 우리에게 돈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시킨 대로 하라고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원조에 감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 때문에 위협받지 않는다. 나는 무릎을 덜덜 떠는 유대인이 아니다…우리들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울 때 누구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우리는 대가를 치렀다. 싸웠다. 그리고 죽었다.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지킬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원칙들을 위해 다시 죽을 것이다. 당신들의 도움이 있든 없든. 우리는 우리를 위해 죽을 단 1명의 미국 군인도 원하지 않는다.”

베긴과 바이든의 충돌은 이스라엘 보수우파와 미국 좌파의 갈등을 상징한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일개 상원의원이 일국의 총리에게 그런 무도한 행동을 한 것은 이만저만한 외교결례가 아니다. 그만큼 바이든 등 좌파 정치인들과 미국의 유대인들은 베긴 등 이스라엘 보수우파를 무너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베긴에게 원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이념을 지키는 일. 아무리 미국의 후원이 중요해도 좌파 세력들이 그들의 노선과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베긴의 원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이스라엘 단독국가 체제였다.

■레닌을 존경한 이스라엘 첫 총리

이스라엘은 1948년 사회주의자들이 세운 나라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인 초대 총리 데이비드 벤-구리온과 첫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 등은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벤-구리온은 러시아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협동농장인 키부츠 운동은 사회주의의 실천 이었다. 건국 이래 상당 기간 좌파인 노동당이 이스라엘 정치권력을 장악했다. 좌파들 대다수는 단독 유대인 국가보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 체제를 주장했다. 이런 이스라엘 좌파들을 미국의 유대인들과 좌파들이 지지·지원했다.

세계 유대인의 80%는 동유럽과 독일에 살았던 아슈케나즈 유대인이다. 벤-구리온과 메이어, 이츠하크 라빈 총리 등 아슈케나즈들이 건국 때부터 이스라엘의 정치·경제·법조·언론 등을 장악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세계의 금융·언론·예술·과학 등을 지배하는 미국 유대인의 3분의 2 이상도 아슈케나즈. 레닌을 존경한다는 사회주의자 아인슈타인처럼 이들 대다수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정통파 유대인들만 공화당을 지지할 뿐 다른 유대인들도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한다. 미국 유대인 70~80%가 민주당 편. 2022년 대선에서도 77%가 바이든을 찍었다.

이스라엘을 지배해 온 좌파 정치가 마침내 중단된 것은 1977년 베긴이 이끄는 리쿠드 당이 의회(크네세트) 선거에서 압승했기 때문. 리쿠드의 승리는 이스라엘 사회가 근본부터 재편됨을 의미했다.

베긴도 아슈케나즈였다. 그러나 보수우파. 그는 사회주의자인 아슈케나즈 기득권 세력들을 물갈이 했다. 보수주의 사회 가치를 확산하고 사회주의 경제를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로 바꾸었다. 베긴은 1979년 이집트와의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미국 등 세계 좌파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든과의 충돌은 그 정점이었다.

■네타냐후와 척진 오바마-바이든

1999년 처음 총리가 된 네타냐후 역시 아슈케나즈. 그러나 작은 정부, 민간부분 강화. 감세, 연금 민영화, 예루살렘 통일 수도 등을 추진하고 불법이민을 강력 반대하며 유럽연합을 믿지 않는 보수우파다. 그래서 세 번 총리를 하는 동안 버락 오바마-바이든 정부와 매우 나쁜 관계였다, 지금의 바이든 정부와도 마찬가지다.

2010년 부통령 바이든은 예루살렘을 방문했다. 시 관계자가 1,600호 주택 건설을 설명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에게 “중동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 뒤 따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열흘 뒤 네타냐후는 백악관에서 오바마와 회담을 했으나 냉대를 받았다. 오바마는 사진도 찍지 않고 공동성명도 없이 네타냐후를 옆문으로 나가도록 했다. “네타냐후는 마치 형편없는 3세계 독재자 취급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오바마-바이든 세력은 선거 때마다 네타냐후 낙선을 위해 애섰다. 네타냐후는 3번째 총리가 되자마자 좌파들이 장악한 사법부 개혁에 나섰다. 바이든 정부는 심지어 국방장관까지 내세워 비난하며 방해했다. 네타냐후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오바마 정부는 유엔의 ‘반 이스라엘 결의안’ 통과 투표 때 기권했다. 35년 동안 미국이 고수해 온 이스라엘 지지 원칙을 깼다. 그만큼 사이가 나빴다. 3월 25일 유엔의 ‘휴전 결의안’이 8년만의 ‘미국 기권’으로 통과한 것은 그 연장선상이었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정부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네타냐후는 자신을 크게 도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면서까지 바이든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이든에 축하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아주 원만한 관계”라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얄팍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바이든은 대통령이 된 이후 네타냐후의 전화도 받지 않고 백악관 초청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시했다. 동맹국이나 다름없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바이든은 네타냐후에게 욕설을 했다. NBC 등에 따르면 그는 백악관 참모 등에게 네타냐후를 “X새끼. 나쁜 놈”이라고 했다. 물론 바이든이 하마스의 공격 이후 하마스를 공개 비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바이든은 당장 종전을 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방안을 받아들이라고 참모들을 동원해 네타냐후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완전 붕괴하려 한다. 2국 체제는 절대불가다. 노르웨이 오슬로 협정은 2국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협정. 그는 30년 전의 오슬로 협정이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든과 그 좌파 세력들은 이념이 다른 상대국 정부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한다. 무조건 항복을 원한다. 베긴과 네타냐후에 대한 압박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바이든 정부를 상대할 수 있다. 바이든이 윤석열 대통령을 환대했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쟁이 주는 교훈이다. 그들이 무엇을 무기 삼아, 무엇을 한국에 요구했겠는가? 궁금하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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