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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2024년에는 60여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선거를 치른다. 미국, 영국 등의 선거 결과는 전 세계에 지각변동에 가까운 정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불법·집단이민. 글로벌리즘과 포퓰리즘의 대결이다.
글로벌리스트들은 불법·집단이민을 통해 국경이 없는 ‘하나의 세계정부’를 세우려 한다. 인종과 종교 갈등을 일으킨 뒤 이민자 지지를 얻어 영구집권을 노린다.
포퓰리스트들은 불법·집단이민을 막아 국가 주권과 문화·종교 정체성을 지키려 한다. 이민자들의 낮은 임금에서 빚어지는 중산층 붕괴를 방지하려 한다.
■“불법·집단이민은 세계 최대의 문제”
머스크와 빌더러스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서 만나 그 문제를 논의했다. 빌더러스는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집단이민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불법이민”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빌더러스에 동의했다.
빌더러스는 “네덜란드 문화와 서구 가치는 국경 개방과 집단 이민 탓에 붕괴하고 있다”고 적었다. 네덜란드는 낮은 출산율(1.49)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 정권을 장악했던 좌파 글로벌리스트들은 출산율을 높이지 않았다. 대신 이민정책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로부터 집단 이민을 받아들이고 불법 난민들을 수용했다. 글로벌리스트들의 본거지인 EU가 이민정책을 적극 부추겼다.
빌더러스는 몇 년 전부터 “이제 우리는 이민자들을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유대-기독교 문명이 사라질 것이다. EU 엘리트들의 자살이나 다름없는 미친 행동을 멈춰야 한다. 안 그러면 국가 정체성과 자유를 잃는다. 유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네덜란드인들도 위기의식을 느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빌더러스에게 압승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이를 가지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머스크는 빌더러스에게 “인류가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절벽”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아이가 11명. 유럽인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계속 말해 왔다. 머스크는 “낮은 출산이 계속된다면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손에 의해 죽은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섬뜩한 경고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대한민국을 걱정했다. 이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이 출산율조차 낮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인구절벽을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뜻.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0.7)이 가장 낮은 나라임을 알고 있다. 출산율이 네덜란드의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이야말로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한국이 불법·집단이민을 수용하라고 했는가? 아니다.
■아이를 낳지 말라는 좌파의 선전
빌더러스와 머스크의 인구절벽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글로벌리스트들의 이민정책 속 정치 노림수를 잘 알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좌파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 했다.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 폭증을 막아야 한다. 대가족을 갖는 것은 무책임하다. 아이는 여성을 방해하고 경력을 망친다. 가계의 부담이다. 여성들은 삶을 즐기기 위해 아이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 이런 선전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그 다음 좌파는 여성들에게 무료 피임과 중절 수술을 제공했다. 출산율은 급격히 줄었다. 그러자 좌파는 본색을 드러냈다. 여성들이 아이를 잘 낳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3세계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자라는 일손을 메꾸기 위해서는 낮은 임금의 외국인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
결코 여성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로 좌파는 모든 수준에서 정부를 확대해 왔다. 큰 정부를 위한 운영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거기에다 이민자 지원 등으로 가족 당 세금 부담이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아내가 육아를 위해 집에 있을 경우 생활이 어렵다. 좌파들이 “여성들에게 가장 큰 사기를 친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 믿었던 여성들은 그 때문에 기초생활이 위협받고 나라가 범죄 구덩이에 빠질지는 몰랐다. 이민정책이 놓은 덫에 빠졌다. 달콤한 허위 주장에 세뇌된 탓이다.
좌파들의 정치 의도는 성공했다. 인구절벽이 다가오는 나라에서 기득권 세력들의 압도적 해결책은 대규모 이민.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민과 난민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미국도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국경을 포기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집권 3년 동안 800만이 넘는 불법 이민자가 국경을 넘었다.
머스크는 1월4일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정부는 불법 이민을 적극 방조하고 있다. 국경 정책은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엔 독일 정부와 설전을 벌였다. 머스크는 불법 이민을 반대하는 포퓰리즘 정당을 칭찬하면서 “독일 민간 단체들이 지중해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탄 배를 구조하는 것은 이탈리아 주권 침해다. 독일 국민들이 지지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독일 외교부는 “지지한다. 생명을 구하는 작업”이라고 반박했다.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은 미국 장래를 좌우할 문제가 되었다. 11월 대선과 총선 결과에 달렸다. 도널드 트펌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포퓰리스트들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리스트들은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일 것이다.
영국 언론인은 지난 12월, 잡지 ‘포린 폴리시’에 “2024년에 우파 포퓰리즘이 서방을 휩쓸 것”이라고 글로벌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좌파인 그는 예외 없이 포퓰리스트들을 ‘극우’라 불렀다. 그러한 극단주의자들의 급증이 유럽의 정치 역동성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네덜란드의 빌더러스 등 포퓰리스트들의 승리를 봤기 때문이다.
한국도 총선이 눈앞이다. 불법·집단 이민이 선거 쟁점은 아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좌파들이 인구절벽을 들먹이며 그런 이민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한국인들이 프퓰리즘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대거 나와야 한다. 왜, 무엇 때문에 머스크가 한국 걱정을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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