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밤에 곰이 마을에 돌아다닌다고?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0 16:07:37
  • -
  • +
  • 인쇄
노 베어스 |106분 |감독: 자파르 파나히 |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2022년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영화 '노 베어스'
[칼럼니스트 강미유] 마을 사람들은 밤에 곰이 나타난다는 소문에 어두워지기만 하면 집밖에 나가길 꺼린다. 두려움을 심어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속셈이다. 이란의 현실을 빗댄 이것은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노 베어스>를 연출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6년 징역형과 20년간 영화제작 금지, 출국 금지, 언론 인터뷰 금지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0년 시위에서 숨진 청년을 애도하는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차례대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2011), <닫힌 커튼>(2013), <택시>(2015년), <3개의 얼굴들>(2018) 만들었다. <노 베어스>는 지난해 선보인 영화다.

 

자신이 영화에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같기도 하고 극 영화 같기도 하다. 이란에서 출국금지 당한 영화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한 국경 마을에 머물며 원격으로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 그가 찍는 영화 속에는 튀르키예에서 프랑스로 도피하려는 커플이 등장하고, 현실에서 그가 머무는 마을에는 오랜 관습으로 사랑을 허락받지 못한 연인들이 도피를 계획 중이다.

 

 영화 '노 베어스'

파나히 감독은 출국금지로 인해 촬영 현장인 튀르키예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원격으로 촬영을 진행한다.

 

<노 베어스>에는 감독과 정반대 처지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미나 카바니는 지난 2014년 세피데 파르시 감독 영화 <레드 로즈>에서 누드 씬을 찍었다. 이란 정부는 카바니를 ‘이란 최초의 포르노 여배우’라 부르며 입국을 금지했다. 이란은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히잡을 벗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화는 세상에 공개됐고 자국인 이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지만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 출품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나는 영화를 연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어떤 상황에도 영화 제작은 계속해 나가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노 베어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