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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배신과 분열.’ 공화당의 특질이다. 민주당과 싸우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이유. 그러나 민주당은 흔들림이 없다. ‘단결과 충성’으로 늘 공화당을 끌고 간다.
보수우파들이 정권을 손에 쥐어줘도, 다수당을 만들어줘도 역대 공화당은 민주당의 좌파정책들을 개혁하지 못했다. 보수주의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그 정부들을 견제하지 못했다. 배신을 일삼는 세력들에 의한 분열 때문. 지금도 마찬가지다.
■ 정치 고비마다 배신하는 공화당 의원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정치의 핵심 쟁점은 불법이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남부국경 경비를 사실상 포기했다. 수백만 명의 불법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민주당 정권은 불법이민을 무제한 받아들이려 한다. 이들에게 선거권을 주어 영구집권을 하기 위해서다.
공화당은 불법이민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5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불법이민 사태가 역사상 최대 재앙이라며 알레한드로 마요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밀어붙였다. 148년 만의 장관 탄핵. 그러나 내부 배신으로 실패했다. 218명 가운데 3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민주당에 가세한 것. 물론 민주당은 1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과 비밀협상을 벌여 국경장벽 건설 재개를 위한 비용 등 예산안을 타결했다. 하지만 건설비용은 6억5,000만 달러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금이 75배나 많은 480억 달러였다. 국경 봉쇄는커녕 하루에 5,000명의 불법이민을 받아들이는 것까지 합의했다.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바이든 정부에 협조를 넘어 굴복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목적을 위해 던진 작은 미끼를 물며 민주당 손아귀에서 꼼짝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분노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미치 매코널 상원대표 등을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 하원에 넘겨지는 순간 죽은 법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심각한 반발에 매코널 등은 자신들이 주도한 법안에 오히려 반대표를 던졌다. 희극의 한토막이다.
‘배신자’들이 중대 정치고비마다 민주당 편을 드는 것은 공화당에서는 흔하다. 반대로 공화당 편에 서는 민주당 의원들은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다른 특성은 이것 뿐 아니다. 2023년의 전국위원회 재정보고는 양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꽃값: 공화 7만 달러, 민주 795달러.
리무진: 공화 8만6천 달러, 민주 7천 달러.
경영자문: 공화 108만 달러, 민주 11만 달러.
언론출연 자문: 공화 11만6천 달러, 민주 0달러.
낭비의 공화당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모금한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집권을 위한 정치활동에 집중했다.
투표 독려 메시지 보내기: 공화 8만6천 달러, 민주 168만 달러.
유권자 명부 관리: 공화 3만9천 달러, 민주 23만6천 달러.
이러니 “민주당은 권력을 원하나 공화당은 돈을 원한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돈을 활용하나 공화당은 돈을 벌기 위해 권력을 이용한다”는 쓴 소리를 듣는다. 공화당이 오로지 신경을 쓰는 것은 부자들로부터 돈을 받는 것. 모금은 집권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목적 그 자체다. 그래서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이다. 똑 같이 남을 이용해 먹는 집단들이지만 공화와 민주, 우파와 좌파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왜 그렇게 다른가?
보수주의를 지향하기는 하나 공화당에는 이념의 갈래가 많다. 노선이 조금씩 다른 8개 이상의 이념 분파들이 있다. 작은 정부를 원하면서 미국의 이해가 적은 지역 파병을 반대하는 고립주의 의원들이 있다. 작은 정부를 원하면서도 해외파병을 지지하는 개입주의 의원들이 있다. 분파가 많으니 보수주의 본질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다.
나아가 자신의 이해·이익을 이념보다 더 중시하는 의원들이 많다. 당과 대통령을 배신하며 자기 정치만 하는 정치인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선거 때 자기 이해를 위해 공화당 후보 대신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도 한다. 자신만 당선되면 그만이지 제1당이 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공화당 의원들의 특질이다. 배신·분열이 공화당의 일상사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정치에서 유명한 정치용어가 ‘리노(Republican in name only)’다. 무늬만 보수우파일뿐 늘 좌우를 넘나들며 멋 부리거나 이익을 챙기는 정치인들을 일컫는다. 비슷한 용어가 ‘유니파티(Uniparty).’ 초당 협조란 명분을 앞세워 민주당에 늘 굴복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이다.
이들 리노와 유니파티들이 배신을 일삼고 분열을 일으킨다. 40년 째 상원의원인 매코널 대표와 미트 롬니 전 대통령 후보가 중심인물들. 리노들은 CNN 등 좌파방송들이 불러주기만 하면 나가 당과 대통령, 동료 의원들을 서슴없이 비난한다.
■ 미국 민주당에 ‘한동훈’은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은 이념 분파가 2-3개 밖에 되지 않는다. 단일 좌파이념을 중심으로 단결력과 충성도가 강하다. 민주당에는 공화당의 리노와 같은 ‘디노(Democrat in name only)’가 거의 없다. 어떤 표결을 해도 이탈표가 잘 안 나온다. 좌우를 넘나들며 이득을 챙기는 정치인들도 없다.
바이든이 실정을 거듭해도 비판하는 의원은 없다. 방송에서 방어와 변호에 열을 올리는 의원들은 수두룩하다. 바이든과 아들은 중국 등 해외기업으로부터 불법 돈을 받아 하원이 조사 중이다. 바이든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 중. 아들은 구속 위기다. 그러나 어느 정치인도 두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증거가 없다고 두둔한다. 각종 비리가 담긴 아들의 랩탑을 FBI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몇 년 째 “랩탑은 ‘러시아가 만든 공작물’”이라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 의원들이 있을 정도다.
민주당이나 그 세력들은 정책실패든 가족비리든 철저하게 무조건 바이든을 보호한다. 배신자가 없다. 신기할 정도로 똘똘 뭉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판을 주도하는 좌파들의 무서운 정치특질이다. 그들이 미국 사회주의화에 성공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의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처럼 “내 갈 길 가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경우는 미국 민주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홀로 큰 정치인도 아니다. 어떤 이유든 자신을 벼락출세 시켜준 사람을 그렇게 빨리, 쉽게 갈라서는 것은 민주당에서는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배신과 분열’은 미국 공화당만의 특징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불거지는 보수우파의 공통점이다. 보수우파는 허약하고 비겁하다.
미국 민주당의 정치특질은 정치판이 얼마나 냉엄한 현실 세계인지 잘 알게 해준다. 한국의 보수우파 정치인들도 좌파들과 싸우기 위해 민주당을 공부해야 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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