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이들 사이에 우정이 피어날 수 있을까요?”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6 16: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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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드 오크 |113분 |감독: 켄 로치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칼럼니스트 강미유] 2016년 영국에 첫 시리아 난민이 이주했다. 영국정부가 선택한 곳은 영국 북동주 더럼주의 실제 폐광지역이었다. 영국 북동부는 집값이 싸고 미디어가 거의 주목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그 대상지가 됐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켄 로치 감독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시리아 난민을 태운 버스가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난민의 이주가 그 지역 집값을 더 떨어뜨릴 것이고, 지역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 여기지만 그렇다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집단 행동엔 나서지 않는다. 적어도 영화에서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질 않는다.

 

“여기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인데 방해받고 싶지 않아.”

 

영화 제목 <나의 올드 오크>는 동네에 유일하게 남은 펍의 이름이다. 예전에는 손님이 넘쳐나 안쪽까지 넓은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관리조차 포기한 상태로, 펍 운영은 바 앞에 10명도 채 안 되는 단골만으로 이어질 뿐이다.

 

펍의 주인 TJ(데이브 터너)는 시리아 난민을 돕고 싶기도 하지만, 이 몇 안 되는 단골마저 끊겨 가게 문을 닫을까 걱정이다. 사람은 피와 살로 이뤄져 있는 존재다. 그들을 눈앞에 대하며 모질게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TJ의 선택은 용기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그런 TJ도 처음엔 시리아 난민 야라(에블라 마리)의 부서진 카메라 고칠 비용을 마련해주는 소극적인 손길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야라는 그와 함께 우정을 나누며 이 가난한 폐광촌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방법을 찾기로 한다.

 

켄 로치 감독은 “연대는 자선 활동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우리는 폐광촌의 가난한 사람들이 걱정하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영국인인 이들 또한 정부의 외면으로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그런 이들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 하고 <나의 올드 오크>는 질문한다.

 

켄 로치 감독은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한 힘(희망)은 결국 모두가 ‘함께’ 할 때 생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며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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