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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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북에디터 정선영] 인간 골드는 오래 방치된 집에 돌아와 밧줄에 목을 매달려던 참이었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큰 실의에 빠진 터였다.
고양이 프랭키는 쓰레기 언덕에 사는 길고양이다. 짧지만 참 좋았던 시절을 지나 다시 거리 생활을 하던 중, 버리진 집에서 밧줄을 가지고 노는 인간 골드를 보게 됐다.
둘의 첫 만남이다. 밧줄을 쥔 골드를 발견한 프랭키는 고양이의 본성(고양이는 밧줄을 좋아한다)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골드는 이런 방해에 화가 나 프랭키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무언가를 냅다 집어던진다. 이 일로 프랭키는 머리에 상처를 입어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나는 인간과 동물이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답하진 않아도 우리 집 고양이들이 내 말을 알아듣는다고 믿는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는 이 믿음이 더 강화된다. 그래서인지 알량한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한다.
소설 속 골드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을 존재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심지어 프랭키는 인간어를 할 줄 안다. 덕분에 둘은 꽤나 심오한 대화를 나눈다.
프랭키는 자신을 돌봐주던 노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었다. 그렇지만 신(프랭키의 표현으로는 최고 지도자)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모른다. 그러니 애초에 ‘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시련을!’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겠다. 골드는 그런 프랭키가 불가지론자라고 말한다.
애초에 골드가 자살을 결심했던 이유는 아내와 배 속 아이가 죽자 삶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골드는 스스로 늘 무신론자라 생각해왔다 말한다. ‘신이 있다면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프랭키는 골드에게 말한다. “삶의 의미 말이야. 처음에는 찾아야 하잖아. 그 후에는 잃어버리지 않게 계속 조심해야 하고. 그리고 지금 당신처럼 잃어버렸다면 그게 어디 있는지 내내 고민하고 말야. 내 생각에 그런 삶의 의미라면 짜증만 날 뿐이야. 결국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남지 않잖아.”
이러한 지적에 어느새 나를 겹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랭키에 따르면 인간은 안 된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고,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 든다.
대신 프랭키는 그저 재미있는 일은 하고,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견지한다.
“아, 그러니까 놀기, 귀를 기울이기, 킁킁거리며 냄새 맡기. 나는 아스팔트가 적당하게 따뜻할 때 큰길을 터벅터벅 걷는 걸 좋아해. 아니면 꽃잎에 주둥이를 넣고 있는 벌의 붕붕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또 햇살을 받으며 누워서 하늘도 봐야지. 지금처럼 말이야.”
이보다 간단명료한 조언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염세주의자 독자의 마음도 흔들었다.
일종의 우화 같은 책이다. 다만 소크라테스식 산파술 같은 둘의 대화를 읽다보면 답을 찾느라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곱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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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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