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배신의 정치에 다시는 속지 않아야 한다…미 하원의장이 주는 교훈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4-25 17: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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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공화당은 언제나 그런 짓을 한다. 거의 50년 동안 그들은 ‘민주당 2세들’이었다. 도대체 공화당이 다수당인데도 왜 좌파로 가는가? 공화당 의원들은 문제의 법안들을 결코 거부하거나 폐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거 때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바로 유권자들을 비웃으며 등에다 칼을 꽂는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공화당은 이제 나에게는 죽은 존재다.”


미국 공화당 지지자의 절규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과 일부 의원들의 배신에 대한 분노였다. 존슨 등이 약속을 깨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간절하게 원했던 우크라이나 600억 달러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었기 때문. 그것도 공화당 다수의 반대를 무시한 채 민주당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민주당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항복. 늘 이런 배신과 항복을 되풀이 하는 공화당에 이 지지자는 넌더리를 낸 것이다.

■하원의장의 배신과 항복

최근 미국정치를 뒤덮는 단어는 ‘배신’이다. 존슨 의장과 그 무리들의 배신에다 수년 간 배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전 법무장관 빌 바가 자신의 배신을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장은 2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을 모두 지명하는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유고 때 권력 승계 2 순위. 막강한 자리다.

겨우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2023년 1월, 하원의장을 뽑기 위해 무려 15번 투표를 했다. 20여명의 의원들이 “다시는 무늬만 보수인 ‘리노(RINO: Republican in name only)’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우파의 가치를 확실하게 추구할 의장을 선출하겠다”며 케빈 매카시를 반대한 탓. 그는 보수파들에게 굳게 약속했다. 의회가 검토할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 일괄 예산안 반대. 통제 불능인 정부 지출을 지속하려는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고 민주당의 검찰 등 공권력의 무기화에 맞서 싸우기로 했다. 마침내 그가 의장이 됐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변했다. 바이든과 워싱턴 기득권 세력들에게 계속 양보하고 굴복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다시 뭉쳐 10개월 만에 매카시를 쫓아냈다.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쫓겨난 하원의장이었다.

매카시 축출은 그의 후임자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애국 시민들은 지쳤다. 화해·타협·양보의 시간은 지났다. 미국의 적들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공화당을 통제된 반대파로 만들었다. 이 타락한 정치인들의 사악한 계획에 진정한 반대가 필요한 때다.”

그러나 존슨 역시 똑같았다. 매카시와 다른 의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계속 일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치인 등 미국인을 상대로 불법 남용되어 온 ‘해외정보감시법’을 바이든 정부의 요구대로 연장해 주었다. 정치 수사로 보수우파를 탄압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 FBI 새 청사 건립예산을 지원해 주었다. 그 법안들 모두 공화당 지지자들은 물론 ‘리노’가 많은 공화당에서도 다수가 반대하던 것. 존슨은 당과 지지층을 배반했다.

존슨 의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은 우크라이나 600억 달러 원조 법안을 민주당 도움으로 통과시킨 것. 극단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1100만 이상의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은 미국 국경을 버려두고 수천 마일 떨어진 남의 나라 국경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돈을 더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불법 이민 문제는 공화당과 보수우파의 정치 운명이 걸린 문제다. 바이든 등 좌파 정부들은 영구집권을 노리고 불법 이민자들에게 선거권을 주려 한다. 공화당과 보수우파들은 국경 안보를 절체절명의 과제라 여기고 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타이완 안보를 위한 예산안에 미국 국경 안보 예산은 없었다. 그런데도 존슨 의장이 앞장서 이를 통과시켰다.

존슨은 바이든을 돕기 위해 규정을 어기고 반대당인 민주당에 의지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존슨은 ‘야대여소’의 힘을 한 번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민주당에 권력을 넘겨주었다. ‘야대여소’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극단의 대조다. 그는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래 한쪽에 대한 배신은 반대쪽에는 축복이다.

이런 존슨에 대해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등은 격정을 토로했다.

“몇 달 동안 존슨은 ‘미국 국경은 대혼란에 빠졌다. 반드시 국경은 지켜져야 한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서 국경안보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국경안보를 위한 정책 변화나 지원은 없이 해외원조부터 먼저 하도록 만들었다.”

“항복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는 민주당 하원의장이다.“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소수당이 아니다. 존슨의 배반이 빚은 놀라운 역사 전개에 따라 민주당이 공화당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하원을 접수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100% 워싱턴 기득권 세력과 검은 정부와 유착되어 왔다. 존슨은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최악의 배신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며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등에 칼을 꽂았다.”

“교체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에서 존슨이 한 것보다 더 큰 태도 바꾸기를 본적이 없다.”

“지도자가 허약할수록 더 악마의 도구가 되기 쉽다. 그것이 바로 존슨이다. 그는 완벽하게 부드럽고 예의바른 사람. 하지만 약하다. 약한 사람들은 그저 악의 수단이 되어, 악이 살고자 하는 공간으로 들어갈 뿐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두려워해야 한다.”

좌파 언론조차 “검은 정부의 꼭두각시인 존슨을 위해 바이든은 그의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의 LNG 가스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백악관과 CIA, FBI, 법무부 등은 온갖 인맥을 동원해 존슨을 압박하고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존슨을 옹호하며 동료들을 비난하는 공화당도 적지 않다. 적전분열. 이러니 민주당은 공화당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화당이 비난하고 위협해도 거저 웃어넘기고 만다는 것.

■트럼프 참모들의 배신과 말 바꾸기

빌 바는 트럼프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다. 그는 2023년 7월 그는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만약 대선에 바이든과 다시 맞붙는다면 트럼프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 동안 계속 트럼프를 공격했다. ‘극도의 자기도취증에 빠진 사람’이라는 등 심한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사실 바 장관은 대선 때 트럼프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이었다. 바이든과 아들 헌터의 해외비밀 거래 등이 담긴 랩탑을 FBI가 보관하고 있었으나 바는 그 사실을 숨겼다. 만약 랩탑이 공개되었다면 바이든이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선거 후 각지에서 부정선거 고발이 있었으나 그는 수사를 막았다. 그러면서 “증거가 없다”고 계속 주장했다. 보수우파들 사이에 그는 배신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4월 18일 방송에 나가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민주주의에 진짜 위험은 좌파 의제다. 전체주의 성향이 있는 바이든이 연임하는 것은 국가의 자살이다. 트럼프에 투표하겠다.”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던 그의 말 바꾸기에 보수우파들이 깜짝 놀랐다.

그뿐 아니다. 마이크 폼페오는 5년 동안 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그도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뒤 등 돌렸다. 트럼프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방송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그의 정부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 만약 기회가 온다면 확실하게 ‘예’라고 말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만약 트럼프가 충성을 원하면”이라는 질문에 “대통령이면 모든 사람들이 충성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와 폼페오의 배신은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정치신의가 부족해 일어났다. 그들은 말을 바꾼다고 욕을 먹어도 다시 권력을 잡고 싶을 것이다.

정치와 배신은 동전의 두 얼굴이다. 배신은 정치 속의 유전자다, 참으로 신기하게 유난히 보수우파에 배신이 많다. 그러나 좌파들의 배신은 드물다. 그들은 이념에 충성하고 단결한다. 보수우파들은 권력의 회유나 협박에 쉽게 굴종한다. 이념도 배신한다. 배신 뒤 분열은 보수우파의 정치특질. 미국 공화당과 그 의장들의 역사가 증명한다.

한국의 보수우파라는 정치인들도 다름없다. 보수우파 민심을 배반하고 분열하다 총선에서 참패했다. 허나 대통령부터 누구 하나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 또 지지를 구걸한다. 다시 그들에게 속을 것인가? 보수우파들이 깨어나야 한다. 배신의 정치에 다시는 속지 않아야 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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