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키워주신 어머니, 낳아주신 어머니

강미유 기자 / 기사승인 : 2024-01-03 22:54:09
  • -
  • +
  • 인쇄
클레오의 세계(Àma Gloria) |84분 |감독·극본: 마리 아마추켈리 |애니메이션: 마리 아마추켈리, 피에르-엠마뉘엘 리에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공동배급: 하이스트레인저

 영화 '클레오의 세계'

[칼럼니스트 강미유] 3일 개봉한 영화 <클레오의 세계>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은 프랑스어 원제인 <Àma Gloria>였다.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고 구글링을 해봤지만 단어 뜻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반대로 보모, 유모, 가정부 등의 프랑스어를 찾아봤는데 이 역시 모두 다른 단어가 있었다. 

 

물론 영화를 보면 클레오를 애기 때부터 돌봐주고 있는 보모 글로리아를 뜻하는 단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나중에서야 프랑스 위키피디아에서 àma의 단어 뜻을 찾았는데 '집에서 살림을 도와주고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하는 여자'를 가르킨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어 제목 <클레오의 세계>는 그 자체로 영화를 해설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엄마가 없고, 아빠만 있는 클레오(루이스 모루아-팡자니)는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꽤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클레오에게는 아기 때부터 줄곧 시간을 함께 보내온 글로리아(일사 모레노 제고)가 그 세계의 전부이다.

 

하지만 만날 때가 있으면 반드시 헤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날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전화가 오고, 글로리아는 클레오와 헤어져 딸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클레오가 절실하지만 천진난만하게 “언제 돌아와요?”라고 묻지만 이제 함께 살기 어려움을 관객과 영화가 먼저 예감한다. 대신 클레오가 여름방학 때 글로리아의 고향인 서아프리카 대서양에 위치한 섬나라 카보베르데로 찾아간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

실제 영화 속 배경인 카보베르데섬은 글로리아를 연기한 일사 모레노 제고의 진짜 고향이다. 일사는 카보베르데에서 간호사로 일했고 프랑스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클레오의 세계>에서 처음 연기를 하게 된 그는 자신의 삶과 살았던 마을, 두고 떠나야 했던 어머니와 세 아이에 대해 마리 아마추켈리 감독에게 이야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전체를 다시 썼고 급기야 로케이션 촬영지가 됐다.

 

마리 아마추켈리 감독은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사람에게도 절대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도 그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비밀스럽고 아주 은밀하며 무언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직접 겪었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비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저작권자ⓒ 뉴스밸런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