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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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둘 다 못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말하기가 더 어렵다. 지금의 나를 보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라 먼저 나서서 발표하거나,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말할 생각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또래와 모임보다 어른과 있을 때가 더 힘들었는데, “몇 살이니?”라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지 못해 엄마가 대신해 준 적도 많다. 그런 내게 엄마는 항상 “밖에 나가서 인사 잘하고”라고 당부하곤 했는데, 인사만 잘해도 내가 느끼는 분위기의 어색함이나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사라진다는 건 한참 후에 깨달았다.
이런 사람이 나뿐은 아니다. <말하기를 말하기>를 쓴 김하나 작가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누가 봐도 말과 글, 둘 다 잘하는 그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어릴 적 말을 잘 못했다고 한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혹여 말을 걸까 봐 방에 몇 시간씩 틀어박혀 있었다.
그런 작가는 학교에서 반장을 맡게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받으면서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회사를 다니며 회의나 발표를 자주 경험하고, 책을 낸 후 강연 등으로 노하우를 키워, 팟캐스트와 라디오까지 섭렵하게 됐다. 그 결과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우리가 아는 김하나 작가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게 됐다. 내 목소리나 말투를 칭찬해 준 사람은 없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내 기대와 달리 말을 할 일이 많아지니 조금은 늘었다. 솔직히 말하면, 북에디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많은 사람과 부딪힐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북에디터로 살다 보니 디자이너, 마케터와 수시로 소통해야 하고, 낯선 사람을 만날 일도 많았다.
특히 예비 저자와 첫 만남은 두렵고 긴장되는 일이다. 나는 미팅을 준비하며 내가 할 말을 모조리 노트에 적어가 읽었다. 그런 식으로 미팅을 끝내고 돌아온 어느 날, 노트에 상대가 한 말이 거의 적혀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할 말을 노트에 적어 가면서까지 말을 잘하고자 했던 건 소통을 잘하고 싶어서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후 나는 어떤 자리에서건 상대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내 느낌이나 감정에 따라 호응했다. 그랬더니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방청객인 줄 알았어요. 말도 참 잘하시고요.” 언젠가 한 저자에게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사람 세 명 이상 앞이나 낯선 이 앞에서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지만, 예전만큼 말하기가 두려워 자리를 피하지는 않는다.
<말하기를 말하기>는 말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말을 잘하기 위한 첫 단계로 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책이다. 말을 잘하는 것도 글을 잘 쓰는 것도 역시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아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다. 개정판이 출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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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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