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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칼럼니스트 강미유]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를 보면 집에서 목욕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우리 눈에 신기한 건 욕조에 받은 물을 온 가족이 돌아가며 쓴다. 물을 아끼기 위해 가족끼리는 그럴 수 있겠다만, 집에 손님이 왔을 때도 같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생경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온천 목욕탕을 떠올리면 가정에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궈 피로를 푸는 일상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강변의 무코리타’에서도 이러한 욕조 목욕물의 공유가 주요 매개체로 등장한다.
야마다(마쓰야마 겐이치)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면부지 작은 어촌의 젓갈 공장에 취직하고 강변의 낡은 연립주택 ‘무코리타‘에 입주한다. 연립주택 이름 ‘무코리타’는 처음에 지역명이나 성씨일거라고 짐작했는데, 불교 용어였다. 무코리타는 일본식 발음이고 산스크리트어로는 무후르타(muhūrta)이다. 하루의 1/30일 약 48분에 해당한다. 혹은 노을이 지기 시작해 어두워질 때까지 만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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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야마다는 앞으로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살기로 작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사하자마자 이웃 시마다(무로 츠요시)는 야마다가 쓴 목욕물을 자기도 쓰겠다며 욕실에 난입한다. 그런가 하면 야마다는 첫 월급을 받기 전까지 돈이 없어 인스턴트 라면으로 떼우거나 심지어 굶을 수밖에 없는데, 시마다는 자신이 기른 오이와 토마토를 그에게 건넨다. 이윽고 월급을 받아 흰 쌀밥을 짓자 “같이 먹어야 맛있다”며 밥그릇을 들고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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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홀로 사는 야마다와 시마다뿐 아니라 무코리타 입주민은 집마다 가족의 부재가 있다. 집주인 미나미(미쓰시마 히카리)는 남편을 암으로 잃고 딸과 살고 있다. 미조구치(요시오카 히데타카)는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며 묘석을 방문 판매하러 다닌다. 시마다 역시 아들을 잃었다.
이들 무코리타 입주민은 야마다에게 가족이나 친구는 아니지만 서로가 ‘같이 산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배우의 훌륭한 연기와 슬픈 이야기임에도 유머가 담겨 있는 점을 주요 포인트 두 가지로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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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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