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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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
[북에디터 박단비]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자연을 가까이에 둔 삶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별빛보다는 도심 불빛을 바라보며 자랐고, 풀벌레 소리보다는 도심 소음을 들으며 살았다. 심지어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방학을 보낸 경험도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연이 그리워진다. 좋아진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행복은 도시보다는 자연 가까이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문뜩 떠오르곤 한다.
나만 이런 건 아닌가 보다.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책이 인기를 끌고, ‘5도 2촌(평일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생기고, 귀촌, 시골살이 유튜버도 늘어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귀촌이나 시골 생활은 분명 나이 든 아저씨만의 로망이었는데…. 도대체 도시 청년이 언제부터 이런 시골 생활을 꿈꾸게 됐을까?
나 역시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청년으로, 이유를 짐작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 갑갑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에 지쳤다. 둘, 사람과 차와 소음과 불빛이 북적이는 도심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 생활은 뭔가 다를 것 같다. 셋,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내가 모르는 진짜 행복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물론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 도시에서만 살던 도시 깍쟁이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시골에서 마땅히 먹고살 방법도 모른다. 그렇지만 왠지 인간은 자연 가까이 살아야 할 것만 같고, 무엇보다 이 치열하고 괴로운 경쟁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자연 품속밖에 없을 것만 같다. 아아, 모든 생명의 어머니 자연이시여! 이 중생을, 어린양을 받아주소서! (간절)
그러나 내가 도시를 떠나지 못할 것도 알고 있다. 떠나는 것도 용기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 나에게는 그만한 용기도 없다. 시골살이를 꿈꾸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주절대는 내 자신이 한심한 어떤 날, 도시 전체가 나를 미워하는 것만 같은 날이면 나는 이 책을 펼쳐본다. <주말엔 숲으로>.
이미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마스다 미리 작가 작품으로,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다. 분량도 적당하고, 여백도 많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언제든 여백을 내 생각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다. 별거 아닌 문장 속에서 내 고민을 떠올리고, 메모장에 끄적인 낙서 같은 그림체 속에서 답을 얻기도 하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묘한 따스함과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가장 좋은 점은 도시 어느 구석에서 읽기 시작하든, 이 책은 날 도시 밖으로, 코끝이 상쾌해지고 마음이 풍성해지는 자연 속으로 데려간다는 점이다.
<주말엔 숲으로>는 갑자기 시골로 내려간 친구와 주말마다 그녀 집을 찾는 두 도시 친구 이야기다. 세 친구는 삶도 생각도 다르다. 덕분에 어떤 페이지를 읽다 보면 내 이야기 같고, 어떤 페이지를 볼 때는 내 친구 이야기 같다. 나와는 다른 이야기도 불편하지 않게 공감된다. 소소한 위로와 위안도 얻는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도시 생활에 폭삭 지쳐버렸다면 추천하고 싶다. 바람에 사각이는 나뭇잎 소리와 상쾌한 숲속 공기가 한가득 담긴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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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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